여기저기 뒤져봐도 (기출문제 말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GRE 후기를 남기는 사람은 본적이 없고 바위 어디에도 거의 GRE 후기같은건 본 기억이 없는데 고작 600점도 못넘고 뭐가 잘났다고 후기 씩이나 남기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쓰니 하나 보긴 봤던게 생각이 났다) 아무튼 두달이 넘는 장기프로젝트를 끝냈으니(라이팅땜에 끝난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한번 정리해 봐야겠다.
[후기]
(주/GRE업계에서 후기는 GRE 시험의 특성을 이용해서 최근 며칠간의 기출문제를 공유하는 행위이다. 운좋으면 -사실 꽤 많은 경우- 그 범위에서 문제가 고대로 나오기 때문에 엄청난 점수 인플레가 가능하다.)
사실 나는 유학을 가고싶은지 아닌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단지 집에서 유학을 가길 원할 뿐이고 원래 주변사람과 타협을 잘 하는 편인 나는 에잇 봐버리자 이러면서 충동적으로 시험을 신청했었다. 굳이 new가 아닌 old GRE를 신청한 이유는 뭐 사실 딱히 없는데 끝물이라고 하니까 왠지 봐야 될 것 같은 홈쇼핑 심리였을수도 있고 old쪽이 그나마 좀 더 노력한만큼 점수가 나오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종강 끝나고 바로 볼 수 있다는게 좀 매력적이었을 수도 있고..
그러면서 후기를 보지 않겠다고 결심한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런거다. 후기를 파고 점수를 잘 받는건 아마도 주변 사람들의 결과를 봤을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내가 유학을 안가게 된다면(or 다 떨어져서 못가게 된다면) 그 후기를 파는 시간동안은 남는게 없을거라는 걱정이 있었다. 결국 후기를 안보겠다고 결정했던건 플랜B의 일종이었고, 시험을 기다리면서는 이미 '그래 시험 잘 못봐도 단어 외운건 평생(?) 남으니까..'라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필리핀에 온 이후에는 단어도 열심히 외웠고 그래도 보험인데 후기를 볼까 하는 유혹이 강렬했다. 그러면서 싸이에 있는 후기 모으는 클럽도 가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봤는데 약간 엉뚱하게도 결국 나를 망설이게 만든건 이 사람들의 수학 후기 때문이었다. 솔까 GRE 수학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말이 안되게 쉽다. 잘봐줘야 중학교 내신 수준이다. 근데 이깟걸 가지고 후기 모으고 이러는걸 보니 나:수학후기 보는 사람들 :: 원어민:버벌후기 보는 사람들 이런 analogy가 자연스럽게 성립되고 별로 후기를 보고싶지 않게 되더라. 시험 끝나고 대충 훑어보니 끝까지 후기 잘 탔다는데 아마 같은 시험장에서 본 다른 사람들은 잘 봤을 것이다. (그러나 후기탄 사람들보다도 수학 하나하나 다 푼 내가 제일 먼저 나왔다. 심지어 난 맨 끝에 점수 안들어가는 더미 수학도 두뇌유희를 위해 성실히 풀었는데 -_-)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났다. 왜 뉴스를 보면 집안도 별로 안가난한 고위공직자가 꼴랑 천만원 받아서 개망신당하고 구속되는걸 보면서 '아니 저새끼는 꼴랑 천만원에 양심을 판거냐'라고 생각하는데, 다시보면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천만원이 진짜 별거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밥 한끼 얻어먹고 가볍게 친구 부탁 들어주는 것처럼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GRE 후기도 비슷한건데, 사실 후기보는것도 엄밀히는 치팅이고 이런 사소한거에 둔감해지면 나중에 결국 재수없으면 꼴랑 천만원 받고 개망신당하는(그러면서 자기는 재수없게 걸린거라고 위안삼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후기를 보는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거지같은 ETS에 헛돈을 바치고싶지 않다는 생각 역시 100% 이해하고 사실 이 모든것의 원흉은 시험을 바보같이 내는 ETS에 있다고 생각한다. ETS 개새끼)
아무튼 후기에 대한 생각들은 그런 것들이었다. 물론 나도 안망했기 때문에 이렇게 쿨하게 얘기하는 것일 거고 오늘 망했으면 7월 3일쯤에는 열심히 잘 나오지도 않는 후기 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공부과정]
사실 거만어-거의 만점받는 단어집- 자체도 기출문제의 모음이고 나의 이상에 맞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하려면 이거의 도움도 받지 않고 저기 외무고시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는 단어집같은거 열심히 봤어야 하지만.. 플래시카드 덱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거만어를 보는 정도로 타협을 했다. 보조교제로는 학교서점에 있던 GRE교재인데 프린스턴리뷰인가에서 나온걸 풀어보진 않고 그냥 감잡기 위한 설명만 봤다. 한 4월 중순쯤부터 이동시간에만 보기 시작했었는데 이번학기 광교수업이 가고오는데 총 세시간이라서 그 버스 안에서 많은 단어가 외워진 것 같다. 그거 다 외운 다음에는 그냥 GRE랑 상관없는 단어집을 보다가 때려치고 찍는 실력을 높여보려고 뒤쪽에 있는 어원들을 좀 외웠다. 별로 큰 도움은 안된 것 같다. 거만어나 더 제대로 볼걸 그랬나..
그나마도 엄청 많이 보진 못했는데 4월과 5월에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ㅋㅋ' 이러면서 버스에서는 트위터질을 일삼았고 6월에는 학기말이 되면서 잠이 부족해서 이동시간에는 자느라 바빴다. 결국 많은 역사는 종강을 전후해서 이루어 졌는데, 한 1/3정도는 출국 직전 5일정도에 외우지 않았나 싶다. 거의 집밖으로 나가지도 않으면서 했는데 막판에는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반쯤 미친상태였음. 아마 페북 친구들은 잘 알 것이다. ㅠㅠ
시험 2주일쯤 전에 처음으로 파워프렙을 보고 370점 나왔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1주일쯤 후에 거만어를 얼추 다 외우고 다시 파워프렙을 봤는데 또 370점 나왔었다. 분명히 거만어랑 파워프렙은 스코프가 다르긴 한데 아무튼 그 다음에는 기분만 더러워질 것 같아서 안봤음. 저 파워프렙 두번의 370점 사이에 중국 기출문제인가 하는걸 누가 보내줘서 한회분 풀어봤는데 그건 450점인가 나올만한 점수였던 것 같다. 사실 세개 다 집중 안하고 풀긴 했음.
[라이팅]
점수가 떠봐야 알겠지만 공부 진짜 하나도 안했다.(사실은 해봤자 안달라질 것 같아서..) 이슈 아규도 파워프렙에 나온 샘플만 한 세 개씩 보고 그냥 랜덤돌려서 하나씩 써보면서 시험 때 시간조절만 시뮬레이션 해봤음. '영어시험이라기보단 논술에 가까운거 아님?'이라는 이상적인 마인드를 견지했음. 사실 버벌도 '사실 GRE는 영어시험이라기보단 IQ테스트 아님?'이라는 마인드를 견지하고 있긴 했음. 단어를 다 안다는 가정 하에 IQ테스트지만......
라이팅 문제는 어차피 다 오피셜리 공개라 기출문제 써도 상관없을거같은데, 이슈에서는 '어떤 분야를 선도하는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한거보다는 보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난데서 나오는가?' 이런 얘기였는데 답으로는 'ㅇㅇ' 이러면서 양자역학, 행동경제학,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이렇게 세개의 예시를 들었음. 아규는 우유공급이 10년간 25%나 늘었고 우유가격도 10년간 두배나 올랐기떄문에 정부에서 가격인상요인을 규제해야 한다 이런 내용.. (그러고보면 이번 정부는 진짜 저 수준의 이유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한데;;;)
[뉴GRE]
슬쩍 봤는데 Antonym이랑 Analogy가 없어졌기 때문에 좀 더 재능싸움이 아닐까 싶다. 근데 어차피 미국 이공계는 아시안들이 대학원을 채워줘야 되기 때문에 GRE에서 좀 불리해질지언정 실질적으로 크게 차이는 없지 않을까 싶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니 단어만 잘 외우면 SC도 잘할거라고 생각하고.. 더미를 풀어보니 매쓰가 지금보단 약간 변별력이 있어진 것 같긴 한데 그래봤자 아직도 중학교 수준이긴 하다. 다만 8월 시험결과를 11월에나 알려주겠다는건 역시 ETS 개새끼..
덧. TV를 트니 '럭키스타'의 중간광고로 '케이온'과 '씨티헌터'(한국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다. 아 뭔가 부조화하면서도 조화스런 조합이다...
덧2. 숙소를 신정환이 묵었던 곳에서 해변쪽 리조트로 옮겼는데 여기선 방에서 인터넷이 안되고 로비에서만 되네.. 밖에는 폭우만 오고 TV에도 볼건 없고 로비에서 고전게임같은거나 하나 받아와야겠다. 지금부터 15분간 추천받습니다 ㅋㅋ
덧3. 엄뉘 모시고 같이 왔는데 할건없고 먹을만한것도 없고 위험하다고 불만가득.. 그러길래 따라오신다는걸 넌지시 말렸건만.. 울엄뉘한테 맞는 도시는 뉴욕보다 약간 덜 소비스러우면서 치안은 좋은 도시인데 앗 그거 딱 서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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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2011/10/02 14:48
4. 내가 만약 공대를 안왔다면...?;;;
나도 공감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재밌게 봤던 영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