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위상숙제를 하고 잘라 했는데 문제 풀다 개념 하나를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하나 깨닫고 크게 틸트되어 글이나 하나 싸고 잠. 스타얘기같지만 사실 스타얘기는 아니고.. 그냥 최근 며칠간 느낀 바가 좀 있어서.
1.
재작년, 내가 게임판에서 손을 떼면서 마지막으로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던 적이 있었다. 여러 가지 얘기를 썼지만 요지중 하나는 '스타는 적어도 프로들 사이에서는 결국 초반 전략의 가위바위보 싸움이 되어 버렸고 이제 실수안하기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이야기였다. 적어도 그 당시의 나의 시야에는 스타가 한계에 부딪힌 게임처럼 보였던 것이다.
2.
1의 주장을 내리기 위해 내가 채택한 몇 가지 가정들이 있었는데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 때의 나의 판단은 틀렸었다는 것이다. 이영호를 보면서 그 것을 절실히 느꼈는데, 초반 전략의 갈림, 혹은 이런저런 실수 이상의 무언가가 스타에는 아직 존재하고 있었다. 이영호의 게임은 결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지는 않다. 초반빌드를 이기고도 불리해질 때도 있으며, 가끔 얼치기 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불리할 때도 각 상황상황에 맞는 판단들을 해나가고 이긴다. 결국 초반 일꾼가르기로부터 대규모병력의 운용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은 결코 일차원적으로 모델링될 수 없는 것들이었다.
3.
그 다음에 느낀 것은 한낱 스타도 이렇게 복잡하고 중간중간에 변수가 많은데 인생은 얼마나 여지가 많을까 하는거였다. 집이 가난하다, 학점이 꼴았다, 혹은 좋은 회사에서 인턴기회를 얻지 못했다, 어떤어떤 인맥을 쌓지 못했다, 등등등..은 사실 인생을 거대한 스타 한판으로 봤을 때 일꾼 한부대 스탑 누른것(으헉 사실 이거 뼈아프긴 하다.), 병력 몇 마리 흘린 것, 혹은 서플 잠깐 막힌 것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사실 내 주변사람들이 그런게 더 심한 것 같다. 그들은 대부분 최적화된 길로 살아 온 사람들이고 길지 않은 인생이나마 살아 오면서, 여러 번의 갈림길에서 (운이든 실력이든) 계속 모로가는 길이 아닌 지름길을 택해 온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마치 더 조밀한 체로 치듯이 한 번 두 번 걸러져온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으로 인생의 최적화에 실패했다고 느끼는 순간, 지름길로 갈 수 없어서 선두그룹으로 달릴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 좌절감과 당혹감은 너무 크다. 사실 그 최적화가 최종적인 승리를 담보하는 것이 아님에도..
5.
그리고 그 당혹감의 이면에는 이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자신은 항상 부모에게, 또래집단에게 앞서나가는 사람이었고 항상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싸이코가 아닌 이상 그러한 인정은 계속해서 받고 싶어 하는데, 그것이 깨어지는 순간 일순간에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러한 '남들로부터의 인정'의 달콤함의 금단증상에 괴로워 한다. 그러한 최적화의 체에서 언젠가 걸러지게 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걸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6.
뭐 나도 오래 살아보지 않았으니 결론따위는 없는데, 아무튼 그렇다. 지금 나는 정해진 최적화의 트랙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믿지 않고, 최적화에 실패한건 굉장히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충분히, 아니 넘칠정도로 많은 변수와 여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이영호의 드랍쉽 플레이, 레이트 메카닉, 혹은 다른 무엇에 대응되는 것이든.
ps. 뭐 어쩌면 이게 다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조승연은 지구 최악의 무의식적 합리화 대마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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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2010/05/01 02:07
나도 퇴근하고 이거 보러갈까 했었는데..마주칠뻔 했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