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스포는 드래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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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시 보고나면 꺼림칙해지는 그런 영화임.
2.
주인공 두 명의 연기, 적절한 OST, 시대적 배경상 언밸런스하면서도 디테일한 소품들, 봉준호식의 개그센스, 마지막씬... 이런 것들이 무척 좋았다.
3.
플롯을 짠다, 혹은 가상의 세계를 짠다(=소설을 쓴다, 만화를 그린다, 영화를 만든다 등등)는데에 있어서 하수, 중수, 고수가 있다고 생각함.
하수는 자기 머리속에 설정은 커녕 아무것도 안 들어 있어서 그냥 지 생각나는 대로 써나가다가 자기들끼리 꼬이는 경우.
중수는 자기 머리속에 설정을 확실하게 100% 픽스 해놓고 그 안에서 적절하게 조율해내는 경우.
고수는 자기 머리속에 확실한 설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소들이 모순 없이 잘 조합되면서 중수가 이루어내지 못하는 해석의 다양화를 이끌어내는 경우.
정도라고 보는데 봉테일은 이미 고수의 영역에 있는듯 함.
(이하 스포일러)
4.
시나리오상 해석에 있어서 대충 쟁점이 되는게 몇 가지 있는 것 같은데, 위에서도 말했듯 정답은 봉준호 자신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을 쓰자면...
1) 도준이 5살때 농약을 먹인데 대한 복수를 기획하고 실행한 것이었다는 주장
- 이건 너무 과도한 비약 아닌가 싶다. 20년간 복수를 준비했다는 설정도 봉준호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면 도준이 구치소에서 자다 깨서(뭔가를 생각해내고) 엄마를 애타게 찾는 장면은 설명되지 않음.
2) 도준은 바보가 맞는가? 사건 이전/이후를 나누어서.
- 1)에서 밝힌 바 있듯 사건 이전에는 바보가 맞는 것 같고, 사건 이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짚어 주었듯 식사장면, 물 따르는 장면 등등을 생각해 볼 때 정상으로 되돌아왔다고 보는게 맞을 듯. 범행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맞고, 나중에 침통을 몰래 주는 장면을 보아도 그럴듯. (원래 대사는 '아무데나 떨어트리고 다니지 마'가 아니라 '이거 멀리 가서 버리고 와'였다고 함.)
3) 그렇다면 도준이 각성하게 된 시기는?
- 불난 고물상 자리에서 마더의 침통을 발견했을 때라고 생각. 그 이전에 구치소에서 두부먹을 때는 '석방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촛불이 타고 있는 두부케익(?)을 가지고도 '맨하탄집 재수생 딸'을 안으려 하는 등 아직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준 것 같음.
4) 허벅지에 침놓는건?
-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기억을 지워주는 역할. 하지만 효과가 있다고 김혜자가 믿는 것일 뿐이지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음. 허벅지에 침을 안놨기 때문에 도준이 5살때의 기억을 되찾았다는 주장은 리즈너블한 해석이지만 침술의 효과를 인정해 버리면 영화장르 자체가 스릴러 치고는 너무 샤머니즘적으로 흐르게 돼서 꺼림칙함.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바보였다 이 쪽의 해석도 가능한듯. 위에 밝혔듯이 양쪽 다 맞게 해석되도록 만들었다고 봐야한다고 보는데, 나한테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저렇게 좀 더 의도적이고 디테일한 방향으로 해석하겠음.
5.
나는 마더가 고물상주인을 죽일 때, 이렇게 해서 범인은 고물상 주인이고 핸드폰 사진이 인화돼서 퍼지는걸 두려워해서 죽였고 그 사실을 알고 찾아간 김혜자도 죽이려다가 정당방위로 죽었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음. 하지만 그건 봉준호가 의도할법한 소시민적인 마더의 모습이 아니라는 여친님의 해석이 있으셨고 그게 맞는듯. 저런 생각을 거리낌없이 한 나는 싸이코패스인가 싶기도 ㅠㅠ
6.
영화에 숨겨진 주제는 과도한 모성본능으로 인해 바보가 되어가는 자식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진태로 대표되는 외부세계와 알 속의 노른자와 같은 도준, 그 사이에서 방패막이가 되는 마더의 관계를 생각하면 될듯. 마더는 도준을 무조건 외부세계로부터 감싸려고 하고, 그게 불가능해질 경우에는 농약맛박카스같은 극한선택도 함. 도준은 그런 방패막이를 피해서 외부세계를 보고 싶어 하고,(영화 초반 뺑소니씬) 결국 주인공은 이런저런 사건을 겪은 후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통해 각성하게 됨. 이게 도준 측면에서 생각해 본 주제고 물론 표면적인 주제는 마더 측면에서 바라본 무한모성애가 맞겠고.
7.
기타 근친상간에 대한 암시, 진태와 마더의 관계, 마더가 예전에 쌀떡소녀(-_-)와 비슷한 위치였다는 암시 이런주장들이 있긴 한데 뭐 나중에 언젠가 한번쯤 더 보게 되면 생각해 봐야겠음.
봉테일은 정말 물올랐구나. 영상미는 박찬욱이 낫고, 치밀함은 봉테일이 낫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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