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패러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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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방동에서 본 일이다. 잘생긴 조승연 하나가 병무청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A4용지 종이 한 장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종이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공무원의 입을 쳐다본다. 공무원은 조승연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PC를 두들려 보고 'ㅅ―ㄱ(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ㅅ―ㄱ'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종이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공무원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종이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군필이라는 말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공무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종이를 어디서 훔쳤어?" 조승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중요한 종이를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군대는 안 가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조승연은 손을 내밀었다. 병무청 사람은 웃으면서 'ㅅ―ㄱ'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종이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여리여리한 손가락이 티셔츠 위로 그 종이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종이를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군대를 빼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군대 두 번 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공짜로 군필을 시켜 줍니까? 인터넷하느라 농땡이 1분을 까 본 적이 없습니다. 휴가 하루 쓰는 것도 백일에 하루가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하루 하루 일한 시간으로 한 주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시간 쉬흔 두 주를 일년 세월과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세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병적증명서' 한 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종이를 얻느라고 서른 네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종이를 만들었단 말이오? 민간인 돼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종이 한 장이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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