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길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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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을 꼬물락꼬물락 한두시즌씩 끊어서 보기 시작한지 근 2년째. 시즌20까지 나왔는데 시즌15의 막바지를 보고 있었음.
아시다시피 서울지하철 2호선은 아래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음. !@#$는 문이고, 1~7, A~G는 좌석임.
! 1234567 @
입석입석입석
# ABCDEFG $
집이 홍대입구고 강남역이 직장이라, 외선이기 때문에 !@방향에 문이 열림.
아, 그리고 난 성질이 좀 더러움. 특히 공공장소에서 애새끼들이랑 아줌마들이 장소의 공공성을 훼손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유무형의 피해를 입힐 때 더더욱 못참는 성격.
여기까지가 배경지식.
또 많은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출근시간에 교대역에서 사람들이 좀 내림. 난 B에 앉아서 재미있게 심슨을 보고 있었고, C에 앉았던 사람이 내렸음.
그런데 누가 나를 툭툭 치더니, 이윽고 이어폰 너머로 '야 옆으로 비켜'라는 소리가 들렸음. 때마침 심슨에서는 중요한 장면(호머의 똘짓)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옆으로(C자리로) 비켰는데, B에 앉은 사람을 보니까 50+-5정도 먹어 보이는 아줌마였음.
옆으로 비키고 잠깐 생각해 봤는데, '이 미친 아줌마가 SI감염돼서 쳐돌았나 지가 옆에 가서 앉으면 될것이지 왜 피차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첨보는사람한테 반말 찍싸고 지랄이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복수를 결정함.
복수의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다음 정거장인 강남역에서 내릴 때 그녀(!)의 발을 밟고 문쪽으로 튀어가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통이 터져 그날 일은 공치겠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나의 실행의지는 결연해졌음.
운명의 강남역. 문이 열렸음. 닫힐때쯤 아슬아슬 빠르게 튀어나가야 고의가 아닌 것 같아 보일거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0...0.5...1!'을 세고 거사를 거행하기로 함.
'그동안의 고기섭취와 살찌우기는 바로 오늘을 위함이었다!!'라는 마음속 외침과 함께 왼발 뒷꿈치에 온 몸의 무게를 싣고, 마치 우사인 볼트의 단거리 크라우칭 스타트처럼 뒷꿈치로 전해지는 뉴턴의 반작용힘을 추진력삼아 문쪽으로 튀어나며 고개를 돌려 그녀(!)만 보이게 썩소도 지어 주는데 성공!!!
...했는데, 그 짧은 순간 대반전이 일어났음.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씨발'이라는 소리와 함께, 나의 왼발 아킬레스건 약간 윗쪽에 통증이 느껴진 것.
즉 그 아줌마가 발을 밟힌 순간 놀라운 반응속도로 '씨발'을 외치며 나의 뒷다리를 찬 것임.
사실 나의 작전에는 한가지 큰 실수가 있었는데,
! 1234567 @
입석입석입석
# ABCDEFG $
위와 같은 그림에서 C에 앉아 있고, B에 있는 사람의 발을 밟고 @로 튀어나갔어야 했는데 상황을 오판하여 !로 튀어나간 것.
결국 잘못된 작전에 대한 대가를 받았고, 위와 같은 생각 이후에 '의사양반! 내가...내가 진거란말이오?'라는 독백을 하던 시점엔 이미 지하철 문은 닫힌 뒤였음.
이건 뭐 재복수할 기회도 없을 것 같고 평생 통한의 굴욕의 패배로 트라우마가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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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ker 2009/05/08 13:52
패배의 조승연